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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ung yeob
나는 건강한 자기애와 인간관계의 균형을 주제로
옻칠, Ottchil (natural lacquer, urushi) 회화를 만든다.                                                                                             

전통 옻칠 기법과 재료를 기반으로 하여 이를 
현대 회화의 언어로 확장하고자 하며, 
‘건강한 나르시시즘’이라는 심리학·철학적 개념을 
시각적 언어로 풀어낸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애를 지니고 태어난다.
유아기의 전능한 나르시시즘에서 출발해, 
성장 과정 속에서 또 다른 형태의 자기애를 경험한다.                        

그러나 내가 탐구하는 것은 
병리적이고 집착적인 나르시시즘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면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관계 속에서 더욱 단단히 성장하는 건강한 나르시시즘이다. 

이는 관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객관화하며
마침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은 
“건강한 나르시시즘은 자기 발전과 행복에 기여한다”라고 말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가 이 주제를 깊이 탐구하게 된데에는 
단순한 관심을 넘어선 개인적경험이있다. 
나는 사회 초년생 시절 종합 광고대행사에 
디자이너로 입사해 일했다.

그곳에서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효율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기획부터 제작까지 결과 중심의 작업을 수행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 곧 작업의 목적이었고, 
CF, SNS, 인쇄광고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거의 밤을 새우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를 지나치게 몰아세우고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나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은 
강한 추진력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타인의 의견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게 만들고 
실패를 견디기 어렵게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는 나르시시즘이 병리적 형태로 
기울어가던 시기에 가까웠다. 
자기애는 나를 지탱하기보다 
오히려 경직시키고 불안하게 만들었으며, 
성과를 이뤘을 때조차 자신에게 도취되어 주변을 살피지 못했다.                        

외면에 집착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를 재조정하고
‘나라는 존재는 특별해야만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이과정은 나르시시즘을 단순히 
좋은것과 나쁜것으로 나눌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했다. 

자기를 사랑하는 힘은 필요하지만, 
그 힘이 모든 것을 압도할 필요는 없다.
결국 핵심은 거리감, 즉 나와 나 자신 사이의 
적절한 간격을 만들어가는 일이었다.                        

이러한 경험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나의 회화에 직접적으로 스며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단순화된 얼굴과 캐릭터는
자기 도취에 빠진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자 나 자신의 초상이다. 

구불구불한 패턴은 복잡하고 미묘한 내적 심리 상태를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가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던 호수는 
푸른 바탕 위에 반짝이는 자개 조각과 가루로 표현된다.
이는 자기애의 상징이자, 성찰의 공간이다.                                                        
    
옻칠은 상온에서 마르지 않는다.
온도 20~25도, 습도 약 80%의 환경에서 
최소 24시간이 지나야 다음 작업이 가능하다. 

물리적인 시간만 놓고 보아도 
일반적인 회화 작업보다세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고된 과정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깨달음에 이르는 여정이며, 
그 시간속에서 나는 평화와 치유, 자기성찰의 순간을 경험한다.                        

옻칠은 같은 색이라도 온도와 습도, 말리는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색으로 드러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서서히 밝아지는 특성 또한 
다른 도료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옻칠의 물성은 인간관계의 복합성과 닮아 있다. 
이 물성은 곧 내작업의 태도이자 의도와 맞닿아 있으며,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Healthy Narcissism

I create paintings using Ottchil (natural lacquer, urushi), exploring the balance between healthy self-love and human relationships. 
Rooted in traditional lacquer techniques and materials, my work expands these practices into a contemporary pictorial language, 
visualizing the psychological and philosophical concept of healthy narcissism.


Human beings are born with narcissism. Beginning with the omnipotent narcissism of infancy, 
we encounter new forms of self-love as we grow. What I explore, however, is not pathological or obsessive narcissism, 
but a healthy form〞one that respects the self while caring for others, and matures through relationships. 
As German philosopher and social psychologist Erich Fromm noted, healthy narcissism contributes to human growth and happiness.


In my paintings, undulating bands of color and simplified faces symbolize inner tension, conflict, 
and harmony arising from human relationships. 

Mother-of-pearl and gold leaf evoke the mythical lake in which Narcissus gazed at his reflection, 
functioning as a metaphorical mirror of self-reflection. 

The complex and demanding materiality of lacquer〞sensitive to time, humidity, 
and patience〞parallels the intricate nature of human relationships. 

Through this process, my work becomes a space for contemplation, healing, 
and the pursuit of a balanced 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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